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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돌봄교실 선생님이 ‘나 홀로’ 하는 일
 대전여민회  | 2014·07·17 17:33 | HIT : 4,953 | VOTE : 525 |
초등 돌봄교실 선생님이 ‘나 홀로’ 하는 일
<기록되지 않은 노동> 무기계약직 돌봄교사 2인의 인터뷰

[일다는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과 공동 기획으로, 기록되지 않았던 여성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요즘 초등학교에는 온돌이 깔린 교실이 있다. ‘돌봄교실’이다. 온돌 바닥에 좌식 책걸상이 놓여 있는, 아늑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돌봄교사가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보육하는 곳이다.



돌봄교실은 2004년 초등보육교실로 시작하여, 2011년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로 명칭이 바뀌면서 등교 전(아침 돌봄)과 오후 5시 이후(저녁 돌봄)도 생겼다. 작년까지 주로 저소득, 맞벌이 가정 1, 2학년을 대상으로 학교마다 한두 개 교실이 운영됐다. 올 봄에는 학교마다 3~5개로 늘었다. 교육부가 1월 발표한 ‘초등 돌봄 확대, 연계 운영 계획안’에 따라 희망하는 모든 1, 2학년생으로 그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D시에서 일하는 돌봄교사 김수연 선생님(가명, 40대)과 유정희 선생님(가명, 40대)을 만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5명 넘는 애들을 엄마처럼 돌볼 수 있을까요?



벌써 9년차 돌봄교사인 김수연 선생님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3월과 4월에는 밀려드는 아이들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때는 돌봄교실이 두 반이었어요. 학교 측에서 신청자를 못 자르겠다, 추첨도 못 하겠다 하다가요. 학기 초에 아이들 29명, 30명을 받았어요. 2학년이 섞여 있으면 그나마 낫죠. 1학년만 29명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두어 달 고생하니까 안정이 좀 됐는데 3, 4월은 진짜 눈코 뜰 새가 없이 돌아갔어요.”



5년차 돌봄교사 유정희 선생님도 올 봄에 40명 가까운 아이들이 들어오면서 ‘난리통’을 겪었다. 올해 돌봄교실 한 반의 최대 정원은 25명. 작년 정원은 20명이었다. 두 학급에 가까운 인원이라 분반이 시급했지만 ‘겸용교실’(일반 교실이나 특수 교실을 방과후에 돌봄교실로 쓰는 교실)도, 일할 선생님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D시의 경우 ‘겸용교실’은 현직 교사가 시간제로 돌봄을 담당하고, 봉사자의 지원을 받는다.)



“35명 넘는 아이들 이름을 이틀 만에 다 외었어요. 너무 긴장이 되니까 정신이 오히려 맑아지더라고요. 화가 나는 게요. 아이들이 40명이 다 돼가는데 학교 측에서 아무 얘기가 없었어요. 1주일 지나서 담당 선생님에게 ‘분반시켜 주세요. 가방 놓을 데도 없어 뒤에 쌓이고. 이런 도떼기시장이 없습니다.’ 그랬더니요. ‘분반시켜 드리긴 해야 되는데 대책이 없다’는 거에요. ‘상의해보겠다’면서 가시고 또 한 2주가 흘렀어요.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김수연 선생님이 현장에서 바라보는 돌봄교실의 적정 인원은 ‘출석부 기준 15명’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한눈에 쏙 들어와’ 안전 사고의 위험이 낮아지고, 개별 스케줄에 따라 지도를 할 수 있다.



“교실이 없다든가, 공사가 안됐다든가, 인력이 없다든가. 학교 사정상 분반이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최대 25명까지 하고, 26명 넘어가면 분반에 준하는 운영 기준을 적용하면 좋겠어요. 26명이 넘어가면 분반해서 13명씩 두 반을 운영하는 거죠. 그러면 아이들도 여유가 생기고, 선생님도 여유가 생겨요. 그럴 때 ‘정말로 엄마가 돌보는 것처럼’ 돌볼 수 있어요.”



수업, 숙제, 방과후, 학원 보내기…스케줄 다 달라

김수연 선생님은 12시 30분에 출근, 8시 30분에 퇴근한다. 선생님이 일하는 학교의 돌봄교실은 운영 시간이 오후 1시-8시다. (학교별, 지역 교육청 별로 운영 시간이 다르다.)



‘출근해서 컴퓨터 켜고 물 한 잔 먹으면’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 둘 내려온다. 아이들을 맞이하면서 간식(석식) 메뉴를 짜고 간식을 주문한다. 교육청에서 내려온 계획안을 볼 짬도 없이 오후 1시가 되면 숙제 지도를 시작한다. 아이들마다 알림장을 확인해 주고 숙제를 돕는다. 그리고 방과후 학교(이하 ‘방과후’)를 신청한 아이들마다 시간표에 맞춰 방과후 교실로 보낸다.



“아이들이 25명이면, 25명이 스케줄이 다 달라요. 방과후 시간 다르고. 귀가 시간 다르고. 아이들 숙제를 다 봐주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에요. 1시 방과후 들은 아이가 끝나고 2시에 돌봄교실로 오잖아요. 그 아이가 2시에 숙제를 시작하면, 2시부터 하는 돌봄교실 프로그램 시간이랑 겹쳐요. 만약에 제가 (교육청) 계획안대로 숙제 시간인 1시에서 2시 사이만 숙제를 봐주면요. 방과후 끝나고 오는 아이들 숙제는 반도 못 봐줘요. 방과후에서 오는 대로 숙제를 봐주면서 돌봄교실 수업은 수업대로 또 해야 돼요. 이게 가장 어려워요. 방과후만 돌다가 3, 4시에 가는 아이들은요. 숙제도 못 봐주고 보내고 있어요.”



김수연 선생님은 교실 칠판에 방과후 시간표를 출력해서 붙여 놓았다.



“아이들 보고 그래요. ‘만약에 선생님이 까먹어서 못 보내면 너희들이 시간표 보고 좀 가라’ 하고요. 근데 1학년이 시계를 다 보나요? (웃음) 수시로 물어봐요. ‘선생님 저 뭐 갈 시간 안됐어요?’ ‘선생님 저 뭐 안 갖고 왔어요. 어디 갔다 올래요.’ ‘선생님 저 학원 가요. 안녕히 계세요.’ 한 명 한 명 응대하기 만도 어려워요. 아이들이 좋아서 나오시는 선생님들이 많아요. 처음에 다섯 명까지는 커버하는데 열 명 넘어가기 시작하면 힘들죠.”



간식 시간. 올해부터는 ‘완제품’ 위주가 되면서 간식 조리를 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돌봄 운영 계획안에 따라 ‘안전한 간식을 제공하기 위해 자체 조리는 가급적 지양하고 완제품을 제공’하게 됐다. 김수연 선생님은 ‘돌봄교실의 60%’인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예전에는 샐러드 해주고 김치전도 부쳐줬어요. 올해 우리 학교 돌봄교실이 4개반 백 명이에요. 완제품 간식이란 게 주로 빵하고 주스죠. 과일도 손 많이 가는 거는 힘들어요. 아무리 급식 보조 선생님이 있어도 사과 백 개를 언제 다 깎겠어요?”



“알람 안 맞추면, 학생들 보내지도 못해요”



오후 3시에서 4시. 간식을 먹고 나서 귀가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 때다. 이 즈음 김수연 선생님 핸드폰에선 알람이 시간대별로 울린다. 선생님 핸드폰 알람에는 아이들마다 제각각인 귀가 시간이 빼곡히 입력돼 있다.



“오죽하면 알람을 해놨겠어요? 알람 안 맞추면 애들 보내지를 못해요. 수업 하다 보면 잊어버리거든요. 사람이 컴퓨터가 아니잖아요. 아차 하면 방과후 프로그램 시간 놓치구요. 아차 하면 학원 시간 놓쳐요. 거기다 요일 별로 아이들 스케줄이 또 달라요. 오늘은 치과를 간다, 오늘은 학습지 선생님이 오신다… 한 아이가 맨날 다섯 시에 귀가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일찍 가는 상황이 발생하죠. 어떤 주에는 이틀 일찍 가고 어떤 주는 이틀 늦게 가고. 이게 주마다 또 달라지고요.”



귀가 지도에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초등 돌봄교실에서는 어린이집, 유치원과 같은 기준의 ‘면대면 귀가’를 한다. 데리러 온 어른의 얼굴을 보고 사인을 받은 뒤 아이를 보낸다. 그러다 보니 어디까지 와서 아이를 데려가나 하는 문제로 학원차 운전기사와 실랑이 벌이기가 다반사다.



“현재 시스템은 학원을 가도, 엄마가 데려가도 얼굴 보고 인수인계하고 사인까지 받아요. 학원 기사님들이 보통 교문 밖에다 차를 세우고 기다리시잖아요. 들어와 달라고 실랑이를 하게 되는 거죠. 우리 학교는 학원에 협조 공문을 다 보냈어요. 엄마들한테도 안전사고 때문에 안 된다 얘기하고. 그래서 기사님들이 다 들어와서 교실 앞에서 사인하고 제 얼굴 보고 아이를 데려가요.”



휴게시간, 서류업무 시간이 포함되지 않은 ‘8시간’



오후5시. 오후 돌봄이 끝나고 저녁 돌봄이 시작된다.



“저녁 먹고 한 6시반, 7시쯤 아이들이 어느 정도 가고 이제 두세 명 남으면요. 자기들끼리 놀라 하고 사실은 업무를 봐요. 그렇게 볼 수밖에 없어요.”



학교는 서류 업무가 많다. 간식, 석식 영수증 처리에 업무 일지, 안전 일지를 쓰고, 아이들 별 스케줄 변동 사항도 체크한다. 매달 아동관리카드를 쓸 때는 개별 코멘트도 쓴다. 그나마 D시는 행정이 이원화 돼있어 담당 교사들이 ‘기안’을 하므로 일이 적은 편이다. 기안권이 있는 서울처럼 돌봄교사가 직접 기안을 하는 곳은 공문 처리 등 일이 훨씬 많다.



그런데 1, 2학년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교실에 있는 동안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고 다른 일에 집중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무기계약직 김수연 선생님의 하루 노동시간 8시간에는 서류 업무 시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휴게 시간도 포함돼있지 않다. 공개수업 준비처럼 시간을 요하는 일은 근무 시간 전후 무급 노동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오전 11시-오후 7시를  ‘표준’ 근로시간으로 하면 좋겠어요. 11시에 출근하면 서류 업무를 어느 정도 볼 수 있거든요. 만약 오후 8, 9시까지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있다 하면요. 우리 근무 시간을 8, 9시까지로 잡아놓는 게 아니라, ‘야간’으로 해서 7시부터는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게 예산상으로도 그렇고 훨씬 낫다고 봐요.”



돌봄교실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



학교 예산 마감 월인 2월, 돌봄교실에는 교사가 모르는 물품이 갑자기 배달돼 올 때가 있다. 유정희 선생님은 그렇게 배달돼온 교구가 아이들 발달 상태에도 맞지 않았고 돌봄교실에 필요한 교구와도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돌봄교실에는 아이들 전부가 할 수 있는 백만 원짜리 교구보다 그룹별로 놀 수 있는 5만 원, 10만 원짜리 여러 개가 필요해요. 서너 명씩 모여서 놀면 덜 소란하고 아이들 분위기도 한결 안정되지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7, 8세용 교구 2,3백만 원짜리가 교실에 배달돼옵니다. 우리를 사람 취급하고 정말 고생한다고 생각하시면, 불러서 ‘선생님, 돌봄교실에 지금 뭐가 필요합니까?’ 그 한 마디는 해주시면 좋겠어요.”



학교 내 돌봄교실 운영 체계는 보통 ‘돌봄교사-담당교사-담당부장-교감-교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선생님들은 이 운영 체계가 ‘수직적 관계’이며 돌봄교사는 맨 밑바닥에 있다고 토로했다.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교사와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다.



“D시는 돌봄이 이원화 돼있어요. 학생 지도는 돌봄교사가 하고, 행정 관리는 담당 교사들이 합니다. 제가 보기에 돌봄 학급이랑 일반 학급이랑은 특성이 또 다른 세계에요. 안 해보시거나 특별이 관심 있는 선생님이 아니면 이해를 못하시는 면이 있어요. 돌봄 교사가 어떤 요구를 했을 때 담당 선생님이나 학교가 이해가 있어서 들어주시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필요한 게 안 들어오는 상황이에요.”



서울, 충북, 광주, 울산 외 지역에는 돌봄교사에게 기안권이 주어진 데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돌봄교실에 예산이 어떻게 쓰여지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다.



“돌봄을 일원화 해서 우리한테 행정 권한을 달라고 교육청에 얘기하면요. 돌봄교사는 임용을 보지 않아서 기안권이 없대요. 그럼 영양사나, 행정실무원은 임용을 받아서 기안권이 있나요? 서울 선생님들이 일은 많지만 그래도 자기 의지대로 수업을 꾸려가는 권한은 좀 있잖아요. 저희는 지금 돌봄교실 예산이 얼마 내려온다 하는 건 알아도, 어느 부분에 어떻게 쓰여지는지 세세하게는 몰라요.”



돌봄교사는 학교 내 ‘나 홀로’라고 느끼기 쉽다. 올해 늘어난 ‘겸용교실’에는 시간대별, 요일 별로 일하는 시간제 돌봄교사와 현직교사가 일하는 곳이 많다. 김수연 선생님은 같은 일을 하는데도 시간당 급여가 차이 나는 시간제 돌봄교사, 현직 교사, 자원봉사자로 ‘찢어놓지’ 말고, 월화수목금 온전히 아이들을 맡을 돌봄 전담 인력의 신규 채용을 늘려주기를 희망했다.



권한도 안 주면서 책임도 지지 않는 교육행정



돌봄교사는 학교장이 직접 채용한다. 유치원․초․중등교사, 보육교사(1,2급) 자격증 소지자를 원칙으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그럼에도 교육청에서는 “교육과 돌봄을 분리한다”며 돌봄 ‘전담사’는 아이들을 ‘그냥 데리고만 놀라’고 한다. (교육부에서는 교육법상 ‘교사’라는 명칭은 ‘임용’을 본 사람만 쓸 수 있다며 돌봄 ‘전담사’라는 명칭을 쓴다.) ‘수업(프로그램)’은 현직 교사와 방과후학교 강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장은 “아이들을 재미있게 하라”며 ‘수업’을 권한다. 김수연 선생님은 며칠 뒤 ‘공개 수업’을 앞두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프로그램은 외부 강사로 하라고 해요. 학교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돈도 없고 강사가 못 들어와요. 그러면 돌봄교실이 재미가 없어지고. 아이들이 재미가 없어 ‘그만둘래요’ 하면은 학교에서는 ‘당신이 능력이 없으니까 그만 두는 거 아니냐?’고 해요. 교장실로 민원이 들어가기도 하고요. ‘왜 다른 학교는 이런 프로그램 있는데 이 학교는 없나요?’ 그럼 그것도 이제 돌봄교사 능력 탓이 되죠. 결국은 우리한테 책임을 씌우는 것 같아요. 시스템적으로 그렇게 만들어놓고서요. 교육부 책임, 학교 책임이 아니라 우리 책임이 돼버려요.”



예전에 돌봄교실 일로 민원이 들어왔을 때, 학교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민원이 들어오면 백 프로 제 잘못이에요. ‘내가 안 시켰는데 당신 왜 했느냐’는 거에요. 그렇게 희생을 강요해놓고서요. 그래서 문서상으로 지시하는 내용 외에는 하면 안 된다고들 하는 거에요. 양심 있는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수 없게끔 환경을 만들어놓고, 그걸 이행했을 때 문제가 생기면 전혀 학교에서 커버를 안 해줘요. 나는 학교 직원이 아닌 거에요. 감싸 안는 게 아니라 내치더라니까요.”



얼마 전 유정희 선생님은 담당 교사와 ‘토요 돌봄’ 운영을 놓고 실랑이를 했다.



“토요 돌봄은 추가 근무수당으로 지급해요. 한 달에 네 번, 아이들이 세 명이다 하면 15만원 정도 인건비가 더 들죠. 담당 선생님이 ‘토요 근무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토요 돌봄이나 저녁 돌봄이나 애들이 적으니까 문제’라고 자꾸 그러세요. 제가 그 얘기를 듣다가 듣다가 ‘그럼 문 닫죠, 뭐’ 웃으면서 그랬어요. 그랬더니 한참 다른 얘기 하시다 ‘예산이 없어서 어떡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시간을 또 조절해야 되나.’ 그러세요. 제 평일 근무시간 줄여서 그 인건비로 토요 돌봄 하자, 이 얘기에요. 그래서 제가 ‘그냥 문 닫고 말죠. 선생님’ 그랬어요. 그렇게 같은 얘길 계속 하세요. 우리가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게 사람을 치사하고 비굴하게 만들더라니까요.”



현재 교육부는 돌봄교실의 세부 운영을 지역 교육청과 각 학교에 맡겨 놓았다. 교육감과 학교장에 따라서 세부 운영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운영 체계의 맨 밑바닥에 있는 돌봄교사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선택’을 거듭해서 요구 받지 않으려면, 자신의 일을 희생과 봉사로 느끼지 않고 치사하고 비굴하게 느끼지 않으려면, 책임 있는 운영으로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대체인력 ‘당신이 구해오시오’



김수연 선생님은 올해 병가 내 보는 게 소원이다. 지역에 따라 방학 때 돌봄교실 운영을 하지 않는 곳도 있지만, D시에서는 공휴일을 빼고는 운영된다. 학교 별로 대체할 인력을 마련해놓아야 하는 대체인력 제도가 있지만, 미비한 실정이다. 유정희 선생님의 경우 처음엔 대체인력 제도가 있는 줄 ‘몰라서’ 못 쉬었다.



“아파도 병가를 내야 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왜냐면 대체 교사가 있는 줄도 몰랐고. 그냥 내가 없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죠.”



김수연 선생님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대체인력 제도에 대해 ‘잘 모르니까 선생님이 알아봐 달라’고 했다. 선생님이 과연 올해 병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가 대체교사를 못 세우면 그냥 못 쉬는 거에요. 아무나 대체교사 못 들어오거든요. 자격증 다 있고 범죄 경력 조회서까지 다 통과한 사람만 돼요. 하루 일하는데 자격 요건이 다 되고, 서류 다 낼 사람을 나보고 구해 오래요. 못 쉬어요.”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의 심신 상태는 돌봄의 질로 바로 연결된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은 정작 자기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이 거의 없다.



“하루 종일 아이들이 예뻐 보일 수 있나요. 처음엔 아이들한테 고함도 질렀죠. 이제는 잘 참아요. 아무리 365일 가동이래지만 우리도 힐링이 필요해요. 충전시간만큼은 정말 보장해주면 좋겠어요. 얼마 전 속리산 법주사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한 시간 했는데 참 좋았어요. 스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정말 힘든 사람은 무표정으로 다닌대요. 근데 제가 무표정일 때가 많아요. 얼마나 찔리는지! 이 모습을 애들이 계속 봤을 거 아니에요. 1년에 한 번 교육청에서 연수하거든요. 그때 차라리 산에 데려다 명상 프로그램 한 시간 해주면 진짜 진짜 고맙겠어요.”



돌봄교실이 학교 안 섬처럼 고립되지 않기를…



김수연 선생님은 스스로에 대해 ‘뭐 하나를 파면 다른 것 안 보고 그냥 파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이 일을 쭉 해나가는데 있어서 무엇이 바뀌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지금은 싸워나가고 버티는 상황이지, 진짜 희열을 느끼면서 일하고 보람 있진 않은 거 같아요. 그러려면 앞으로 기안권도 주어지고. 교육부 ‘초등 돌봄교실 운영 길라잡이’ 방향대로 돌봄교실이 섬 같지 않고. 지역에서 네트워크도 하는 거죠. 오전에 출근해서 사회복지사랑 통화도 하고, 대학에 프로그램 문의도 하고, 프로그램 끌어와서 아이들한테 보탬이 되고 할 때 저는 희열을 느낄 것 같아요.”



담당교사와도 상하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직장문화가 교육감, 교육부를 통 털어서 파트너십이 형성되면, 보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싸우고 있어요.”



돌봄교실, 그 섬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 좋겠다. 열, 스물 넘는 아이들을 품는 돌봄교사들의 따뜻한 가슴이 미비한 제도와 무례한 운영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리지 않도록.



<여성주의 저널 일다> 김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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