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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산점? 여자는 징병도 안하면서 왜 차별하나"
 대전여민회  | 2014·03·21 12:01 | HIT : 5,378 | VOTE : 621 |
"군가산점? 여자는 징병도 안하면서 왜 차별하나"
[인터뷰] "남성만 징병=성차별" 주장하는 양현아 서울대 법학과 교수




군 가산점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위헌 결정이 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너희가 군대 다녀왔느냐"와 "너희가 애 낳아봤느냐"의 대화가 오고 간다.

여자들에게 군대 이야기가 재미없는 것은 단순히 남의 일이라서가 아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그래도 군대를 가야 어른이 된다"와 "군대에서 인생 2년 허비했다"는 모순적 입장이 공존하고, 여기에 한마디 할라치면 "안 가본 사람이 뭘 아냐"는 핀잔이 돌아온다.  

지난 13일 열린 '국방의 의무와 젠더' 포럼에서 몇몇 여성 교수들이 "남성만 징병하는 것은 차별"이라면서 군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포럼은 언론을 통해 "여성도 군대 가자"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병역법의 성별 분류는 헌법에 위반하는 성차별"이라고 밝혔던 양현아 서울대 법학과 교수를 만나서 물었다.

정말,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합니까?
양현아 교수는 "필요하면 간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답했다. 지금과 같은 규모의 군대조직 있어야 하는지, 한국에서 모병제는 불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징병제가 필요하다면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별 아닌 직무에 맞는 군인 뽑아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양 교수는 "성별이 아니라 직무에 맞는 군인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현대 군대는 다양한 기술과 능력, 지식에 따라 직무가 분화됐는데도 굳이 체력을 기준으로 남성만 징집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군 가산점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여성이나 군 면제 남성들은 스스로 군대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이들을 징병하지 않은 것인데 왜 차별하느냐는 주장이다. 가산점 비율을 낮춰서 시행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군 가산점제는 어떻게 해도 위헌"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 제도에서는 남성이 평등권·거주권을 침해당하지만, 여성도 직업선택의 기회가 제한되고 군대 내 승진차별을 받는 등 피해를 겪는다. 여성을 '국가에 의해 보호받는 존재'로 만드는 것도 남성징병제의 문제점이다. 양 교수는 "남자는 나라 지키고 여자는 아이 낳는다는 것은 19세기 성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 교수가 생각하는 대안은 현재의 군부대에 여성을 추가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보편적인 병역과 다양한 직무를 통해 희생이 아닌 사회서비스의 개념으로 군 복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그림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구체적인 제도 마련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군 조직은 물론 시설·예산·문화 등을 아예 새로 짜야 한다. 국방부에서도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여성 징병에 반대하고 있다. 양 교수는 "한국 입법부와 행정부는 아예 입법 노력도 않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현재의 논의 상황을 "신새벽"으로 표현했다.




다음은 양현아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 인터뷰는 15일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서울대 내 양 교수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과도하게 성별에 입각한 차별대우는 그만 하자"


- 남성만 군대 가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성차별인가.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 의견은 '현 법률이 남성의 평등권, 거주 이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했다'는 것인데, 저도 공감한다. 현대전에서 군인은 육체적 강인함만 요구받는 게 아니고, 군대 내 직무도 의사·법률가 등 다변화되어 있다.

세계적 추세는 성별이 아니라 개인별로 직무에 맞는 군인을 뽑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징병하고 독일은 남성은 징병하고 여성은 지원하는 등 국가마다 다양하게 제도를 설계한다. 남녀차별 없는 지원제를 운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입법 노력도 안하고 있다."



-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이 여성에게도 차별인가?

"여러 불이익이 있다. 중산층 이하 남성들은 군대를 통해 직업훈련의 기회를 얻는데 여성은 배제된다. 군대 내에서도 일반 여성사병 없이 여성 간부들이 고위급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성들에게만 무력훈련을 시키는 현 제도는 여성을 피보호자로 만든다. '여성은 국가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나약한 존재'라는 통념을 지속시킨다. 그러나 여성이 군대에 간다면, 날씬하고 예쁜 여성만이 아니라 힘세고 건장한 여성들도 모델로 가시화될 것이다. "



- 여성까지 징병하자는 주장은 진보진영에서 주장하는 모병제 논의와 충돌하는 것 아닌가?

"내 주장은 '여성도 군대 가자'는 게 아니라 현 제도의 성차별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군대조직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러나 안 가겠다고 하면 여성이 타자화된다. 군대가 필요하면 여자도 간다는 게 제 연구의 입장이다. 징병제이든 모병제든 과도하게 성별에 입각한 차별대우는 그만 하자는 것이다.

징병제가 필요하다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군대에 가서 다양한 직무를 가져야 한다. 징집 절차도 투명하게 해야 하고, 관련 문화와 설비도 준비해야 한다. 그림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구체적인 제도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남성들이 군대 동료·상관으로 여성을 만난다면..."



- 징병된 여성이 다시 군대 안에서 차별받는 것은 아닌가.

"여성 군인은 현재 약 5000명인데, 모두 직업군인이고 간부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이 그렇게 나약하다고 하면서도 여군 간부들에겐 모든 직무를 개방했다. 여성 간부는 하는 직무를 여성 사병은 못하나. 이런 면에서도 남성 징병제는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일반사병으로) 징병된 여성은 노른자위가 아닌 비전투 업무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예 여성이 군대에 못 가는 제도와는 혁명적으로 다르다. 조건이 되는 여성들은 전투나 핵심 업무에 접근할 수도 있다."


- 여성이 참여하면 남성우월주의적 군대 사회가 달라질까.

"핑크빛은 아니다. 문화나 제도 부분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사병 숫자도 많아져야겠지만 좋은 철학을 가진 간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하루아침에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스페인의 국방부 장관 사진이 참 인상적이었다. 남성 군인들이 사열하는 가운데 임신한 37세 여성장관이 지나가는 장면이었다. 이 자체가 군인 이미지에 대한 해체다. 이 여성장관이 처음 낸 정책 중 하나가 군부대에서 포르노 보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일종의 문화 변화다. 현재 남성들에게 군대는 여성에 대한 결정적 사회화 기관인데, 여기서 여성을 동료나 상관으로 만난다면 변화가 있을 것이다."



- 최근 병역비리 해결 방안으로 군 가산점제가 다시 제기됐다.

"군 가산점제는 당연히 여성이나 장애·질병, 기타 사유로 면제받은 남성들에 대한 차별이다. 이 사람들은 군대를 거부한 게 아니라 국가가 자기 목적에 의해서 징병하지 않은 것인데 왜 차별하나. (가산점 비율을 낮추는 등) 불이익을 최소화해서 시행하자는 주장도 모순이다. 제대군인에 혜택을 주려고 하는데 (비 제도군인에게) 어떻게 불이익이 안 돌아올 수 있나. 어떻게 해도 위헌이다."



- '남성이 군대 가는 대신 여성들은 출산하지 않느냐'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모성과 군인이 왜 배타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 남자는 나라 지키고 여자는 아이 낳는다? 19세기 전통적 성역할은 그랬지만 지금은 아이 낳으면서 국방부 장관도 할 수 있다. 20년 전만 해도 여성은 아이 낳기 때문에 공직자도 못했다."



- 군대 논쟁은 논리보다는 감정의 문제다. 특히 군대 내 인권이나 서열 문제까지 있기 때문에 더욱 군 복무 기간이 '희생'으로 인식된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니까 주변에서 '몰매 맞으려고 그러냐, 남녀가 다 싫어할 거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현재는 위헌소송 중이기 때문에 감정이 아니라 법학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억울하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라고 보인다. 비합리성, 성찰성 없음. 근거 설명하지 않음…. 징집 절차나 군대 내 권력문제 등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군 복무가 희생이 아니라 봉사의 개념이 되어야 한다."



- 단순히 여성도 군대 참여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군대의 역할과 의미를 재구성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제가 주로 연구한 부분은 젠더 부분이지만, 이걸로 모두 다루긴 어렵고 물꼬를 틀 수는 있다. 예를 들어 호주제 역시 (성차별 문제로 불거졌지만) 국가가 국민의 신분을 통제하는 기구였던 측면이 있었다. 이것이 폐지되는 과정에서 식민지성이나 가족의 다양성, 국가와 국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논의됐다.
군대도 젠더가 문제의 큰 축이라는 점에서, 이번 계기로 좀 더 논의가 많아졌으면 한다. 아직 이에 대한 고민의 단계는 신새벽이다."




양현아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위헌 소송을 계기로 군대 문제를 연구해왔다. 지난 2006년 김아무개씨가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지우는 병역법이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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